향과 책과 연필, 나무에게서 나오는 것
집에 돌아와 책상 위의 조명을 켜고, 세안을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 입는다. 책상에 앉는다. 앉아서, 향을 피우고 쇼팽의 음악을 튼다. 비로소 나만의 고요한 시간이 온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 순간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았는지도 모른다. 은은한 빛과, 은근한 향과,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고요한 음악. 곧 나는 책을 펼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문구에 밑줄을 긋거나, 공책에 옮겨 적을 것이다. 한참동안을 그러다가, 이제 또 한편의 글을 쓸 것이다. 밤에 글을 쓰는 루틴. 이 글쓰기는 내게는 숙면을 보장한다. 무슨 글이여도 좋다. 쓰면 된다. 무엇이든지, 내 이야기가 아닌 것을 쓸 수는 없으니. 나는 글을 쓰면서 나를 발견하고 확인하고, 되짚어 본다. 오늘 향은 선정이다. 자단과 ..
2019.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