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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아홉 조용하고 더운 밤이다. 카를로 로벨리의 책을 읽는다 조금 전, '공간의 개념'에 관한 인류사(史)가 지나갔다 이제는 시간과 공간이 하나가 되는 블랙홀에 관한 건(件)이다 책을 덮는다 이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어느 학자의 가설이 떠오른다 그는 양자얽힘에 대해 이런 얘기를 내놓았다 양자적으로 얽혀 있는 두 입자가 빛보다 빠른 (빠를 지도 모르는) 속도로 상호작용하는 것은 그 둘 사이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웜홀이 있기 때문이다. 라는. 떨어져 있으나 같이 있는 멀리 있으나 바투 있는 둘이 있으나 하나인 가장 작으나 가장 강력한 웜홀로 이어진. 2021. 7. 20.
표지 여덟 조용한 새벽 조용하여 바람 소리가 들리는 시간 카를로 로벨리의 을 읽고 있다. 시간과 공간과 함께 자신이 걸어온 길을 쓰고 있다. 내게 카를로 로벨리는 이성복이며 윤동주이며 이우환이며 한강이며 김소연이며 임지은이며 이영준이며 페소아이다. 이 같은 이들의 이명(異名)들에 고조곤한 밤의 한 가운데를 무탈히 지나간다 2021. 7. 16.
표지 일곱 음악을 들으며 (재즈 가 흘러나온다.) 이우환을 읽다가 잠시 멈춘다 나는 오늘 아침 한강의 시, 을 읽었다 소리 내어 읽었다 어제는 을 읽었다 소리 내어 읽었다 거기엔 하얀 돌이 있었다 돌은 가만히 있지만 사람을 가만 있게 못한다 가만한 질감으로 형태로 무게로 짓누름으로 가벼움으로 사람을 쿡쿡 찌른다 나는 펄쩍 뛴다 이우환의 주된 소재 가운데 하나. 돌. 에 관한 곳에서 한강과 오늘 아침과 어제 아침을 이어 붙여본다 찬찬히 엮어 보고 엮여 본다 2021. 7. 14.
표지 여섯 다시 조용한 밤. 이 시간은 내가 좋아하는 글들을 읽는 공간이다. 이우환 선생에 관한 글을 읽다 문득 근대건축에 관한 책을 펼친다 낯익은 장소가 나온다 양의의 예술에서 한국의 근대건축으로 눈을 옮긴다 읽기를 다시 마친 곳과 읽기를 다시 시작한 곳을 포개 본다 시간을 콜라주하면 이러할까 성공회 서울대성당(1926)과 이우환의 「relatum」(1969)을 나란히 놓아 본다. 2021. 7. 13.
표지 다섯 조용한 새벽 바깥은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여름의 초입 이성복의 시집을 꺼내든다 이성복. 하면 가슴이 아릿해진다 겨울이 떠오르고 7번 국도가 떠오른다 여름 아닌 것들이 떠오른다 2021. 7. 11.
표지 넷 다시 조용한 밤. 토마스 사라세노의 도록을 꺼내든다 보면 볼수록 어찌 이럴 수 있는가가 투성이다. 빛이 있고 그림자가 있다. 불변적이나 가변적이고, 그러기엔 광원(光源)을 움직일 수 있는 가벼우나 무거운 힘이 있어야 한다. 연약함과 강함이 있고 그러므로 깨지지 않음과 깨지기 쉬움이 있고 또 그러므로 무중력과 중력이 있다. 인터스텔라의 머피 책장 저편처럼 내게는 이 도록이 이 전시가 이 날이 그러하다 어디에 있든 언제에 있든 몇 걸음이면 이곳에 있다. 2021.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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