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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야기

브롤스타즈에 대한 단상

by hehesse 2019.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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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에서 시대별로 그 시대를 대표하는 게임이 있다. 어린 시절 도스 운용체제를 사용했던 내게는 '페르시아의 왕자'와 '고인돌'이, 학년이 조금 올라가서는 여러 친구들과 할 수 있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가 그 시대를 대표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게임들이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전설로 남거나 아니면 등장할 때의 모습처럼 혜성처럼 사라졌다. 이러한 게임들은 단순히 재미만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 게임을 재밌게 했을 당시의 기억들도 새록새록 피어나게 한다. 나의 경우에는 페르시아의 왕자를 했을 때의 동네 형과의 추억이 떠오르고, 스타크래프트를 했을 때는 같은 반 친구들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게임에 열중을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때의 분위기는 부지불식간에 남아 있나 보다. 지금도 그 당시의 해상도 떨어지는 게임 이미지를 맞닥뜨리게 되면 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동네, 컴퓨터 앞, 친구들, 이 하나하나씩 떠오른다. 하 소중하여, 허투루 넘겨짚을 수 없는 추억들이다.

 

1993년에 발매된 <고인돌2> / 원시인이 되어 여러 동물들과 보스를 물리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게임이다.

요새는 게임을 할 수 있는 도구와 플랫폼이 다양해졌다. 컴퓨터로만 게임이 가능했던 시기에는 주로 플로피디스크나 CD를 통해 게임이 가능했다. 콘솔이나 포터블 기기의 경우도 '팩'이라고 하는 다른 형태의 저장공간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기기가 발달함에 따라 어플 형식으로 게임을 다운받아서 할 수 있게 되었다. 게임을 하기까지의 절차가 간소해졌고, 게임을 다운로드하여 실행하기까지의 시간도 단축되었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누구나 게임을 다운받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1989년에 발매된 <페르시아의 왕자>, 제한된 시간 안에 공주를 구하러 가는 왕자 이야기이다.

나의 경우도 그렇다. 예전에 네이트온으로 접속해 게임을 하던 시절에는 인터넷 비용도 비용이지만 저품질의 게임을 다운받는데 2,500원의 돈을 투자해야 했다. 당시에는 핸드폰으로 게임을 '즐긴다'기보다는 게임을 '한다' 자체가 놀라웠기에 그 정도의 저품질은 눈감아 줄 수 있었다. 즉, 컴퓨터를 켜거나 콘솔을 TV에 연결하는 번거로움 없이 손바닥 안에서 게임이 실행된다는 사실에 놀라, 그 자체로 다른 조악스러운 부분들은 눈감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더 빠른 속도로, 더 저렴한 가격에 게임을 다운 받고, 더 좋아진 고품질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게임을 크게 즐기지 않는 나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에는 대여섯 개의 게임이 설치되어 있다.

 

그중에 첫째 아이가 유독 좋아하는 게임이 있다. 브롤스타즈라는 게임이다. 아이가 여러 번 노래를 불러 다운을 받았는데, 꽤 재미있다. 캐릭터별로 장단점이 있고, 게임 안에서도 여러 종류의 하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보통의 스마트 게임의 경우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현질'이 없이는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것에 반해 이 게임은 굳이 돈을 들이지 않고도 개인의 노력이 조금만 가미되면 날마다 더 나아지는 캐릭터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사행성 조장과도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도 이 게임의 재미 요소는 '대충 만들었다'는 생각을 들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앞에서도 말했지만 캐릭터별로 장단점이 명확하다보니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즉, 무작정 승리가 얻어걸리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전략을 구사해야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 대충 만들어진 게임은 그렇지 않다. 우연적인 요소, 운적 요소, 현금 결제를 통해 얻은 기술과 아이템이 언제나 우위에 위치했다. 즉, 불공평했다. 하지만 브롤스타즈는 그런 면에서는 공평한 편이다. 따라서 상대적 박탈감도 들지 않고, 요행을 바라지 않게 된다. 꾸준히 트로피를 모아 수집 트로피 개수에 해당하는 보상들을 얻어가며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하고, 다른 캐릭터들을 발굴하거나 얻으면서 더욱더 다양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브롤스타즈(Brawl Satrs)는 슈퍼셀에서 발매된 게임이다. 2017년 6월에 베타테스트가 오픈되었고 약 1년 6개월 간의 베타테스트 기간을 거치고 2018년 12월에 정식 오픈되었다. 브롤스타즈에는 다양한 캐릭터 뿐 아니라 다양한 게임모드가 있다. 대표적인 게임모드로는 젬그랩과 쇼다운이 있다. 둘 모두 각기 정해진 시간에 맵이 교체되기 때문에 지루함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각각의 게임모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브롤스타즈의 게임모드 가운데 하나인 젭그램의 장면

 

보석을 모아 승리하세요 (Collect gems to win), 젬그랩(GEM  GRAB)

 

맵의 한 가운데에는 보석들이 주기적으로 나온다. 이 보석을 먹으면 캐릭터 위에는 자신이 먹은 보석의 개수가  나타난다. 이때 그 캐릭터를 물리치면, 그 캐릭터가 먹은 보석이 나오게 된다. 즉, 맵 한가운데에서 나오는 보석들과 적을 물리치면서 얻게 된 보석들을 먹으며 가장 많은 보석을 먹은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재미있는 점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적의 보석수가 많아보인다 할지라도 적을 공격하면 그 보석을 다 가져오기 때문에 엎치락뒤치락하며 게임의 승패가 갈린다는 점이 흥미요소이다.

 

쇼다운은 듀오와 솔로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각각의 흥미요소와 스릴요소는 각 모드에 따라 다르니 자신이 선호하는 모드로 게임하면 재미를 백배 느낄 수 있다.

 

브롤스타즈의 게임모드 가운데 하나인 듀오 쇼다운의 장면

 

혼자 살아남으세요!(Be the sole survivor!), 솔로 쇼다운(SOLO SHOWDOWN)

 

솔로 쇼다운은 자신이 혼자 살아남는 게임이다. 따라서 처음 이 게임을 시작하는 초심자들에게는 썩 추천하지 않는다. 랜덤으로 게임 매칭이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훨씬 레벨이 높은 게이머와 매치가 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제대로 게임을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로피를 얻기도 어렵고, 게임의 흥미도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또 다른 흥미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만일, 자신이 높은 레벨의 소유자이고, 좋은 기술을 갖고 능숙하게 캐릭터의 특성을 구사할 수 있다면 솔로 쇼다운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남들과 나눠서 갖는 승리가 아닌, 자신이 독식하는 승리는 또 그만큼의 독자적인 성취감을 안겨 줄 것이다.

 

최후의 팀이 되세요!(Be the last team alive), 듀오 쇼다운(DUO SHOWDOWN)

 

솔로 쇼다운과 맵과 룰은 같다. 하지만 2명이 한팀을 이뤄 5팀 중에서 최후의 1팀이 된다는 점이 다르다. 솔로 쇼다운의 경우 한번 죽으면 끝나지만, 듀오 쇼다운의 경우는 2명이 모두 죽어야 끝난다. 즉, 내가 죽었다 하더라도 팀원이 살아 있다면 15초 후에 다시 살아남아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다. 애초에 팀을 구성하여 게임을 시작하기 때문에, 시작과 동시에 팀원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으며 함께 같이 다니며 적을 공격하여 공격력을 극대화하거나, 따로 돌아다니며 다른 한 명이 죽게 되면, 자신은 살아남아 리스폰(Respawn)을 시켜주며 게임에서 계속 살아남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캐릭터 별 전략과 함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전략을 잘 짠다면 최후의 1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1팀이 되지 않는다 하여도 좌절하지 말자.  2번째 팀만 되어도 7개의 트로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아이와 함께 여러 캐릭터로 게임을 하고 있다. 때로는 엘프리모로 근거리 공격에 주안을 두고 때론 콜트와 제시로 원거리 공격을 시원하게 한다. 최근에는 희귀 브롤러인 리코를 받아 연습 중에 있다. 어떤 게임이든, 중독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면 이 또한 즐거운 여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는 브롤스타즈 국내 첫 공식대회가 열린다는 기사가 나왔다. 8월에 열리는 세번의 정규리그와 10월에 열리는 코리아 파이널을 통해 국내 최강의 브롤스타즈 팀을 가려낸다고 한다. 뜨거운 한여름과 선선한 초가을에 브롤스타즈와 함께 이스포츠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참여가 어렵다면 관전으로, 관전이 어렵다면 내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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