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항공 이야기

고도의 종류(2/3) 기압고도, 밀도고도

by hehesse 2019. 9. 14.
728x90
반응형

 

 

고도의 종류(1/3) 지시고도, 절대고도, 진고도

공중에 뜨는 비행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장치가 있다. 바로 고도계다. 고도계는 현재 내가 얼마나 높이 떠 있는지를 알려주는 동시에, 관제기관으로 하여금 다른 항공기와 부딪히지 않도록 하는 고도의 정보를 제..

elrelojsintiempo.tistory.com

 

저번 글에서는 지시고도, 절대고도, 진고도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기압고도와 밀도고도를 다룬다. 이 둘을 하나로 묶은 데에는 둘의 연관성이 크기 때문이고, 둘 모두 조금 특이한 고도이기 때문이다. 기압고도와 밀도고도는 고도이긴 고도이다. 하지만, 동시에 고도는 아니다.

 

무슨 말일까? 고도이긴 고도이지만, 고도가 아니다. 라는 것은. 다음 문단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면 기압고도는 가상의 고도이고, 밀도고도는 항공기의 성능을 따지는 지표로, 이름만 '고도'이지, '높이'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가상의 고도, 기압고도

 

기압고도란, 간단히 말해 고도계의 콜스만창을 29.92로 맞추었을 때 지시하는 고도를 말한다. 이를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해수면의 대기압을 29.92inHg이라고 가정하고 맞추는 고도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29.92인 것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표준대기압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 대기압이란, 공기의 무게를 뜻한다. 지표면에 가까울수록 중력은 공기를 더 많이 붙잡아 두는데 이 때문에 지표면 가까울수록 공기의 무게, 즉 대기압은 높아진다. 따라서 기체의 압력과 밀도를 비교할 경우에는 표준대기압을 이용하게 되는데, 표준대기압이 바로 inHg로 환산하였을 때 29.92inHg를 뜻한다.

 

고도계는 그 내부에 29.92inHg에 고정되어 있는 아네로이드가 장착되어 있다. 만일 주변 기압이 높으면 아네로이드는 수축되고, 이와 연결된 지침이 더 낮은 고도를 가리키게 되어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주변 기압이 29.92inHg보다 낮다면 아네로이드는 팽창하여 지침은 더 높은 고도를 가리키게 된다.

 

29.92inHg로 고정 세팅 후 밀봉되어 있는 아네로이드는 다음과 같이 지침과 연결되어 있다.

 

주변 기압이 29.92inHg보다 낮으면 아네로이드는 팽창하며 지침이 높은 고도를 가리키게 된다.
주변의 기압이 29.92inHg보다 높으면 아네로이드를 수축시켜 지침이 낮은 고도를 가리키게 된다.

출처: Altimetry basic principles 유튜브 클립(클릭시 이동)

 

우리는 앞서 '지시고도'라는 것을 다뤘다. 지시고도란 인근 공항이나 비행장에서 불러주는 고도계 수정치 값을 고도계에 세팅했을 때의 고도이다. 그렇다면 왜 관제사는 고도계 수정치 값을 불러주는 것일까? 현재 해수면(0ft)의 기압을 알고, 거기에 맞게 설정해주어야 제대로 된 고도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수면에서의 기압은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고도를 알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해수면에서의 기압값을 알아야 한다.

 

즉 지시고도는 이런 식이다.

 

"여기 지역 해수면의 기압값, 즉 0ft에서의 기압값은 29.99inHg야. 그러니, 콜스만창에 이 고도계 수정치 값을 세팅해야해. 왜냐하면 지금 네 고도계의 아네로이드는 29.92inHg에 맞춰져 있지 않니? 어서 세팅해서 실제 높이를 지시하도록 해!" (물론, 그래봤자 크게 차이는 나지 않는다. 0ft에서 10,000ft 까지는 1,000ft 증가할 때마다 1inHg씩 일정한 비율로 감소하기 때문에, 0.07inHg라고 해봤자 70ft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압고도는 어떨까? 

 

기압고도는 실제 해수면의 기압과 관련 없이 가상의 표준해수면(무조건 기압이 29.92inHg가 되는 곳을 0ft라고 가정!)을 설정하여 기압을 고도로 나타낸 것이다.

 

즉 기압고도는 이런 식이다.

 

"너가 있는 곳의 실제 해수면 기압값은 크게 신경 쓰지마. 콜스만 창을 29.92inHg로 맞춰. 맞췄어? 그래! 이제 맞췄으니까, 너가 있는 곳의 해수면 기압값은 29.92 인거다? 그러니까 표준해수면이네."

 

따라서 기압고도를 세팅하게 될 경우, 표준해수면은 실제 해수면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만일 실제 해수면의 기압값이 표준대기압인 29.92inHg보다 높은 지역이라면 표준해수면은 위에 설정되고, 반대의 경우라면 아래에 설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압고도는 왜 필요할까? 전이고도(미국의 경우 18,000ft이고 한국과 일본은 14,000ft)를 기준으로 전이고도 아래에서는 지시고도를, 전이고도 위에서는 기압고도를 사용한다. 지시고도의 경우 제대로 된 고도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지만 지역이 달라질 때마다 계속해서 고도계를 수정해야 하는 소요가 발생하고, 여러 항공기를 관제하는 관제사의 입장에서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전이고도보다 높은 고도에서는 기압고도로 세팅하여, 모든 항공기들의 고도계를 통일시켜 고도에 오차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항공기의 성능 지표, 밀도고도 

 

밀도고도는 이러한 기압고도에 온도의 변화를 반영한 고도를 뜻한다. 밀도고도는 실제 높이를 뜻하는 고도가 아니다. 항공기의 성능 지표로서 활용되는 수치로 고도와 무관하다. 그렇다면 왜 '밀도'고도인 것일까? 항공기의 성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공기의 양이다. 즉 공기의 밀도가 항공기 성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밀도고도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우선, 엔진을 사용하는 항공기의 경우, 유입되는 공기의 양이 굉장히 중요하다. 엔진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요소(연료, 불꽃, 산소)가 필요한데 공기밀도도 이와 큰 연관이 있다. 또한 항공기의 에어포일에 작용하는 공기의 양에 따라 양력의 차이가 난다. 고정익이라면 프로펠러나 날개가, 회전익이라면 메인 로터 블레이드의 에어포일이 그 대상이 되겠다. 공기의 양이 줄어들면 들수록 에어포일의 위아래로 작용하는 공기의 절대적인 양이 줄어들게 되어 양력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

 

즉, 공기의 양이 줄어든다면! 항공기의 성능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공기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공기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것.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공기 밀도 ↓ = 항공기의 성능 ↓

 

그렇다면 공기의 밀도는 언제 떨어질까? 공기의 밀도가 떨어지는 요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볼 수 있다. 첫째, 높이이다. 고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대기에 있는 공기의 분자량은 줄어들고, 따라서 공기의 밀도는 떨어진다. 둘째, 온도이다. 온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부피는 팽창하기 때문에 공기의 밀도는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습도이다. 습도가 높을수록 공기의 밀도는 줄어든다.(아보가드로의 법칙에 의하면 모든 기체는 같은 온도와 압력에서 같은 부피 속에 같은 수의 분자가 존재한다. 공기의 분자량은 29.2g / 수증기의 분자량은 18.02g으로서,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이 함유되면 될수록 단위 부피당 질량이 줄어들어, 밀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도 ↑, 온도 ↑, 습도 =  공기 밀도 ↓ = 항공기의 성능 ↓

 

그리고 공기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곧 밀도고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밀도고도표를 통해서 알아볼 수 있다. 다음의 표를 보자.

 

density altitude chart, 출처: 위키피디아

만일 기압고도가 3,000ft 온도가 10℃ 라고 해보자. x축이 온도, y축이 기압고도, 사선이 밀도고도이기 때문에 두 부분이 만나는 점을 따라 가보면, 대략 밀도고도가 4,000ft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온도를 한번 높여보자! 같은 조건에서 온도가 25℃가 되었을 때 밀도고도는 5,000ft가 됨을 알 수 있다. 만일 고도를 높인다고 해도 밀도고도는 기존보다 더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밀도가 높을 때마다 밀도고도는 낮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식을 세울 수 있겠다.

 

고도 ↑, 온도 ↑, 습도 = 공기 밀도 ↓ = 

밀도고도 = 항공기의 성능 ↓

 


기압고도와 밀도고도는 상당히 연관성이 많은 고도이다. 회전익의 경우 전이고도까지 올라가 비행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압고도와 밀도고도를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고정익의 경우 전이고도 이상에서 비행을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부분이다. 다음의 글에서는 이러한 고도 개념을 바탕으로 어떻게 고도계를 세팅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다. 대표적인 세 가지 방법으로 QNH, QFE, QNE가 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