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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이야기

고정익 항공기, 날개의 역사

by hehesse 2019.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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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양력의 발생원리와, 양력을 발생하게 하는 에어포일에 대해 알아보았다. 에어포일의 종류에는 대칭형과 비대칭형으로 나뉘며, 에어포일의 모양을 활용한 사례로 고양력장치와 동시성 승강타 역시 살펴보았다.

 

[항공 이야기] - 에어포일이란?(1/2) 에어포일의 정의와 종류

 

[항공 이야기] - 에어포일이란?(2/2) 에어포일의 구성명칭과 활용사례

 

이번 글에서는 고정익 항공기의 에어포일인 날개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처음 썼던 글 [고정익과 회전익]에서도 언급했듯, 고정익과 회전익의 가장 큰 차이 가운데 하나는 '속도'이다. 회전익의 경우, 로터 블레이드가 회전함에 따라 속도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증속할 수 있는 속도에 한계가 생긴다. 반면, 고정익은 이러한 양력 및 속도의 불균형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나중에 다시 한번 심화하여 글을 쓰겠지만, 회전익의 경우, 이동하는 방향의 블레이드 속도는 '회전속도 + 진행 속도' 이며 그 반대 벡터의 블레이드는 '회전속도 - 진행 속도'가 된다. 따라서 전진 블레이드와 퇴진 블레이드는 항공기 진행 속도의 두 배만큼 속도가 차이나게 되고, 이러한 속도의 차이는 곧 양력의 불균형으로 이어져, 기체의 안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고정익은 회전익과 달리 기체가 나아가면서, 부착되어 있는 에어포일에 양력이 발생하여 뜨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두 날개에는 속도의 차이가 거의 생기지 않으며, 양력 불균형이 생기지 않는다. 항공기의 안정성만 보장된다면 속도의 한계가 큰 제약이 되지 않는 것이다. 제트엔진을 장착한 제트기가 마하의 속도로 날아갈 수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고정익, 직선익으로 시작하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성공했던 동력 비행,1903년도의 라이트 형제가 비행했던 비행기를 살펴보자. 당시 라이트 형제가 만든 날개는 기체와 수직을 이루고 있는 직선익(straight wing)이었다. 그 후에도 한동안 항공기는 직선익을 사용했다. '옛날 비행기' 하면 떠오르는 비행기들은 이렇듯 직선익인 경우가 많다. 하늘을 날아 올랐다는 인류역사상 비약적인 발전과, 그럼에도 비약적으로 날아오르지 못하는 못내 아쉬운 기술. 그 절충점은 초기의 항공기를 한동안 직선익에 머무르게 했다.

 

시대가 흐르면서 항공기는 단순히 '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날아서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으며, 그러한 염원과 실천은 항공산업을 발전시켰다. 항공산업의 여명기에 무수히 많은 조종사들의 희생을 통해 그 산업의 영역은 확장되고 발전되었다.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이라는 자전적 소설에서도 알 수 있듯, 밤이면 다른 대륙으로 우편이나 소포를 실어 날랐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하늘에 몸을 던졌다. 이렇듯,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양력이 더 필요했다. 인류는 양력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날개를 덧대기 시작했다. 

 

날개를 하나 덧대어 둘로 만든 복엽기가 보편화 되었고 날개를 두 개 덧된, 삼엽기도 있었다.

 

단엽기에서 날개를 하나 덧댄 복엽기,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단엽기에 날개를 두 개 덧댄 삼엽기,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하지만, 양력이 많이 발생하는 대신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공학자들은 곧, 양력과 속도 모두 잡을 수 있는 날개를 개발하였고 항공기는 다시 단엽기로 돌아갔다. 하지만 날개는 여전히 직선익이었다.

 

양력과 속도를 모두 잡자, 다음의 문제가 발생했다. 속도가 빠라질 수록, 공기의 흐름이 앞부분에 정체되었고. 이렇게 공기가 날개의 앞부분에 뭉치게 되면서 항공기 안정성에 문제가 생겼다. 무거운 공기 덩어리들이 항공기에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날개를 얇게 제작하여 공기들이 뭉치는 것을 최소화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얇아지는만큼 더 튼튼한 날개를 만들 수 있는 신소재나, 신기술이 필요했다. 그래서 고안되고 만들어진 날개가 바로 후퇴익이다.

 

고정익, 후퇴익을 달다.

 

후퇴익(swept wing)이란 비행기의 날개 형태 중, 날개의 양쪽 끝이 동체쪽에 대해 뒤쪽으로 꺾여 있는 형태의 날개를 말한다. 당시 과학자들이 날개의 각도를 뒤로 젖혀주게 되면, 공기가 뒤로 빠져나가 항공기를 불안정하게 하는 공기 덩어리들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실험은 독일 과학자들의 풍동실험을 통해 밝혀졌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에서는  후퇴익을 적용한 항공기들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기존의 피스톤엔진에서 제트엔진으로 바뀌면서 항공기의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기존의 직선익으로는 더이상 고속(高速)을 감당할 수 없었고, 실제로 많은 직선익 항공기들이 큰 사고를 겪어야 했다. 이런 배경에서 항공기의 날개는 후퇴익으로 대체되기 시작했고, 후퇴익을 달고 난 이후에는 훨씬 더 안정적인 상태에서, 더 빨리 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B-47 전략폭격기, 사진출처: national interest

 

미국의 b-47 전략 폭격기는 후퇴익을 장착한 최초의 대형 제트기로, 제트엔진을 탑재한 후퇴익 항공기의 성공적인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성공은 B707로 이어져, 현대의 제트여객기의 시초가 되었다. 그래서 이 폭격기의 모습은 현대의 여객기와 굉장히 유사하다. 유선형의 매끈한 동체와, 후퇴익, 그 아래 장착된 제트엔진 마운트.

 

미국의 B-29 폭격기. 조종사와 항법사를 포함하여 11명이 탑승할 수 있었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미국의 B-36 폭격기. 동체 뒤쪽을 향해 있는 프로펠러가 인상적이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미국을 대표하는 또다른 전략폭격기였던 B-29와 B-36 모두 사진에서 알 수 있듯, 날개 아래에는 제트 엔진이 아닌, 피스톤 엔진과 성형 엔진으로 돌아가는 프로펠러가 있었다. 이러한 폭격기에서 진일보한 B-47은 왠만한 제트기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후퇴익의 역할이 컸다.

 

후퇴익과는 또 다른 델타익, 가변익

 

후퇴익은 여러 연구를 거쳐 델타익(delta wing), 가변익(variable-sweep wing)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그것을 기술의 진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단점의 보완 내지, 실험정신의 구현이라고 해야할까.

 

델타익을 장착한 초음속여객기 콩코드,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델타익은 후퇴익의 단점 중 하나인 실속 부분을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날개의 형태이다. 공기의 흐름을 뒤로 흘려보내며 와류를 형성하게 하는 후퇴익의 단점을 보완한 것인데 음속 이하의 속도에서는 양항비(양력에 비해 발생하는 항력의 비율)가 우수하지 않아 양력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불리하다. 따라서 델타익은 초음속에 적합한 날개라고 할 수 있다.

 

벨사의 가변익 항공기 X-5,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가변익은 말 그대로 가변적인 날개를 의미한다. 저속에서는 날개를 펴진 상태에서 비행을 하고,  고속에서는 후퇴익으로 변형하는 것이다. 1951년 벨사에서 X-5라는 세계 최초로 가변익 항공기를 개발했다. 그후 가변익 항공기는 발전을 거듭했지만, 기체 안정성, 기술발전에 따른 가변익 필요성 감소 등의 이유로 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F-22랩터 전투기,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현대의 항공기는 음속을 돌파한지 오래다. 세계 최고의 제트기라 불리는 F-22랩터의 순항속도는 마하 1.6, 최대속도는 마하 2.5이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데에는 제트엔진을 통해 항공기의 출력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그러한 출력에 의한 속도를 유연하게 견디게 한 후퇴익의 역할도 크다. 만일 인류가 하늘을 나는 것에만 만족했다면, 그리하여 직선익에만 안주했다면 항공기는 소리의 장벽을 뛰어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로지 높이 나는 것에만, 더 빨리 나아가는 것에만 천착했다면 항공기는 안전한 교통수단 및 무기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더 발전하고 싶은 욕구와 함께 더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신념이 항공기를, 항공산업을, 나아가 인류를 여기까지 발전하게 한 것은 아닐까.

 

cf) 출처에 링크를 입히는 작업이 계속 오류가 나, 어쩔 수 없이 출처의 대문 주소만 밝혔습니다. 추후, 다시 출처에 링크를 걸어, 클릭시 이동할 수 있도록 수정, 보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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