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우리는 에어포일과 함께 붙임각과 받음각의 개념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의 정의와 함께, 고정익과 회전익에서의 붙임각, 받음각이 상이하다는 것 역시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회전익의 특성이기도 한 ‘합력상대풍’과 ‘유도기류’에 대해서 살펴보려 한다. 사실 회전익에서의 받음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둘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헬리콥터에서의 받음각이란 시위선(코드라인)과 합력상대풍이 이루는 각이고 합력상대풍이란 회전상대풍과 유도기류의 합이기 때문이다.
합력상대풍에 대한 이해에 이르기까지는 다음의 몇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상대풍 → 회전상대풍 → 유도기류 → 합력상대풍’이 그것이다. 그러한 순서에 의해 글을 전개하겠다.
상대풍이란?
(상대풍 → 회전상대풍 → 유도기류 → 합력상대풍)
상대풍(Relative wind)이란, 문자 그대로 ‘상대적인 바람’이라는 뜻이다. 실제 바람은 불지 않는데, 상대적으로 바람을 맞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무풍의 조건에서 우리가 뛰어간다고 가정해보자. 우리가 달리는 동시에, 달리는 속도만큼 우리는 시원함을 느낄 것이다. 바람은 공기 입자의 이동을 뜻하는데, 우리가 달려나감으로써 정지해 있는(실제로 분자는 끊임없이 움직이겠지만) 공기 입자를 헤집고 나가며 상대적으로 바람을 느끼는 것이다.
이를 에어포일에 적용하여, 보다 객관적으로 표현한다면 다음과 같다. 상대풍이란 항공기의 진행방향과 크기는 같으나 방향이 반대로 작용하는 바람이다. 에어포일의 입장에서는 항공기가 나아감에 따라, 에어포일에 바람으로 작용하는 바람인 것.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고정익의 경우 이러한 상대풍과 시위선이 이루는 각을 받음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회전익의 경우는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더 남아 있다. 우선, 바로 회전상대풍이다. 고정익과는 다르게 끊임없이 날개가 회전하는 헬리콥터의 경우 항공기의 진행방향(Flight Faith)과는 별개로, '회전함으로써 생기는 상대풍'이 있다. 회전상대풍이 바로 그것이다.
회전상대풍이란?
(상대풍 → 회전상대풍 → 유도기류 → 합력상대풍)
회전상대풍(Rotational Relative wind)이란 로터 블레이드가 마스트를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상대적인 바람을 의미한다. 앞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예를 들어보자. 바람이 불지 않는 조건 하에 양팔을 펼치고 한번 빙 돌아보자. 비록 바람은 불지 않지만, 나의 손과 팔이 회전하면서 공기 입자를 헤쳐나가기 때문에 ‘바람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느낌 뿐 아니라 실제 이것도 바람이다. 내가 바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회전상대풍은 블레드이가 회전하면서, 그 자체로 만들어내는 바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회전익에서는 이 회전상대풍에서 또 한 가지를 더 고려해야 한다. 바로 유도기류이다. 조종사는 콜렉티브와 사이클릭을 조작함으로 블레이드의 각을 조절할 수 있다. 이렇게 조절하는 각도를 붙임각이라 하며 이를 기계적인 각, 피치각이라고 한다. 유도기류란 이렇게 각도가 변화함에 따라 생겨나는 공기의 흐름이다.
유도기류란?
(상대풍 → 회전상대풍 → 유도기류 → 합력상대풍)
유도기류(Induced flow)란 ‘유도 된’, ‘유발 된’ 기류를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엇으로부터 유도되었다는 뜻일까? 역설적이게도 항공기를 띄우려는 양력으로부터 유도되었다는 뜻이다.
블레이드(에어포일)의 각을 조절하게 되면, 비스듬해진 블레이드의 윗면은 붙임각만큼 기울어져 있다. 마치 미끄럼틀처럼 말이다.
이때 공기의 흐름을 살펴보면 블레이드의 윗면을 따라 아래로 흐르는 수직 분력이 생겨나게 된다. 이를 유도기류 또는 하강풍(downwash)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유도기류는 항공기를 아래로 낮추려고 한다.
이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터 블레이드의 단면이 아닌, 단면의 연속을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블레이드의 단면은, 연속적으로 회전하는 로터 블레이드의 정지화면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러한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 다음은 단면의 연속을 담아 보았다.
위의 그림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유도기류 또는 하강풍은 후속하는 로터 블레이드에 영향을 주어, 항공기를 아래로 낮추려고 한다. 그러나 후속하는 블레이드라는 표현은 적확하지 않다. 저런 모음들은, 회전 블레이드의 단면일 미분한 것인데 그렇게 따지면 결국 '후속하는' 블레이드가 아닌, 자기 자신(회전하는 블레이드)에게 유도기류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과 '후속하는'이라는 표현은 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되었다.
합력상대풍이란?
(상대풍 → 회전상대풍 → 유도기류 → 합력상대풍)
합력상대풍(Resultant relative wind)이란 회전상대풍과 유도기류의 합을 의미한다. 수평분력인 회전상대풍과 수직분력인 유도기류의 벡터합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여 결정된 합력상대풍과 시위선(코드라인)의 각이 바로 회전익에서의 받음각을 의미한다.
받음각의 결정 요인
받음각을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붙임각과 유도기류가 있다.
붙임각을 크게 하면, 합력상대풍과 이루는 각이 커지기 때문에 받음각이 커진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유도기류가 커진다면 받음각은 줄어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붙임각을 줄이면 받음각도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유도기류가 작아진다면, 받음각은 늘어나게 된다.
회전익은 고정익에 비해 확실히 복잡하다. 그것은 아마 사용자의 요구가 보다 까다롭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손을 놓은 게 아니라, 그러한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인간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나아간다. 나는 그런 도전정신에 감동받고는 한다.
고정익 역시 고양력과 고안정성으로 많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고정익이 하기 어려운 임무도 있다. 그런 부분들은 회전익이 해내고 있다. 고정익과 회전익은 ‘가장 처음의 글’(☞)에서 언급했듯,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개념이다. 인간의 편의와 안전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말이다.
회전익에 대해서는 다룰 이야기들이 많다. 양력만 하더라도, 그 주제가 무궁무진하다. 하나하나 해나가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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