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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야기

사슴벌레와 시간 보내기(그리기, 알아보기, 관찰하기 ※곤충사진 있음※)

by hehesse 2021.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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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 끝나고 정리를 하는데 메뚜기를 발견했다. 사람이 접근하는데도 폴짝 뛰지 않는 메뚜기를 보고 있자니 '이렇게 무덤덤한 메뚜기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가만 보니 아차싶다. 뒷다리가 없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뒷다리 두 개가 모두 떼어져 있는 것.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내 손에 매달린 메뚜기는 필사적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입으로는 열심히 내 손을 깨물면서, 네 다리로는 내 몸에 꽉 붙어 있는 채로.

그래도 자연에서 살아가야 하니, 풀섶에 메뚜기를 놓아주는데 후배가 와서 내 손등 위에 무엇을 올려놓는다. 보니, 사슴벌레다. 다시 보니 죽어 있다. 날이 더운 탓인지, 바싹 말라 있다. 옳거니,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보여줘야겠다 싶었다. 사슴벌레를 안전하게 데리고 오기 위해 종이컵 두 개로 간이 그릇을 만드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선배가 등장한다.

고무줄 몇개로 종이컵을 친친 감더니, 두 종이컵을 포갠다. 고무줄 두께만큼 두 종이컵이 겹쳐지지 않으니 사슴벌레의 방이 만들어진다.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사슴벌레를 올려 놓는다.

아이들이 스케치북을 꺼내든다. 방학동안, 우리 주변의 사물들을 그림으로 남겼던 스케치북이다. 연필을 꺼내들고 사슴벌레를 그리기 시작한다.

1. 사슴벌레 그리기

사슴벌레를 그리는 둘째
완성!
첫째의 사슴벌레. 다리 모양이 인상적이다.

나태주 시인의 유명한 문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가 그렇다


정말 그렇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려면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림 그리는 대상들은 모두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들이 방학동안 그렸던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남아 있을 것이다. 사슴벌레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깜짝 놀란다. 그리고 이리저리 쳐다본다. 턱은 어떻고, 등은 어떻고. 그러다가 둘째가 그런다.

"아빠. 얘는 곤충이 아닌가봐요."

"왜?"

"곤충은 다리가 6개여야 하는데, 여기는 8개예요."

"볼까?"

가만보니, 더듬이를 다리로 본 듯 하다. 아이에게, '맨 위의 다리'는 더듬이라고 얘기해준다. 그러자, 이번에는 눈이 어디있는지 찾아본다. 눈은 양옆에 있다. 그러나 위에서 봤을 때는 잘 보이지 않고, 아래에서 봐야 잘 보인단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본 대로, 본 만큼 그림을 그린다.

이제, 이 사슴벌레가 어떤 종류인지 알아볼까?

2. 사슴벌레 종류 알아보기

태블릿 PC로 사슴벌레의 종류를 검색한다. 굉장히 많이 나온다. 우리는 그렇게 해서 다우리아사슴벌레와 톱사슴벌레로, 그 범위를 좁혀본다.

턱이 맞물린다는 점에서는 다우리아사슴벌레, 턱의 날 모양으로 봐서는 톱사슴벌레일 것이라고 추정해본다. 우리들은 여러 사슴벌레 사진들을 보면서, 이 사슴벌레가 어떤 것일지 추정해본다.

검색 자료를 보면서 사슴벌레의 종류를 살펴보는 아이들

핀셋을 이용해서 조심스레 사슴벌레를 뒤집어 본다. 구석구석 살펴본다. 사슴벌레의 오른쪽 다리는 최초 발견 되었을 때부터 떨어져 있었다. 자세히 보고,

다리에 마름모 모양이 있다며, 그림을 그리는 아이.

육안만으로는 벌레의 종류를 확실히 구분하기 어렵다. 우리는 기존 학자들이 분류해놓은 자료를 이용하기로 한다. 사슴벌레 9종 검색표를 사용한다.

다음은 충청북도 농업기술원에서 제공하는 사슴벌레 검색표이다.

국내산 사슴벌레 주요 9종 간이 검색표 (클릭시 이동 및 다운로드)

국내산 사슴벌레 주요 9종 간이 검색표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 곤충 충체는 검은색 외의 색상을 가지고 있다. (응. 붉은 색을 띠잖아.)
② 충체 색상이 황갈색이 아니며, 가슴 측면에 두 점이 없다. (응. 그치요)
③ 가운데 다리 중간마디에(가시가 1개밖에 없어요.)

그러면~ 톱사슴벌레.

우리가 찾은 분류표의 마지막 기준, '가운데 다리 중간마디 가시'



3. 사슴벌레 관찰하기

둘째가 현미경을 가지고 온다. 예전에 어디선가 받았던, 간이 현미경이다. 전문적이지는 않더라도, 꽤 잘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턱의 내치를 보기로 한다.

턱에 여러 개의 내치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은 아까부터, 저 '노란색'을 궁금해 했다. 첫째는 혀와 같은 기관일 거라고, 둘째는 턱을 벌리고 오므릴 때 도와주는 관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계속 검색해서 알아볼 예정.

"아빠. 더듬이도 한번 봐봐요. 곤봉같이 생겼어요."

"응. 보자."

사슴벌레 더듬이 모습

더듬이인데 손 같기도, 무기 같기도 하다.

우리는 이 사슴벌레를 책장 위, 가장 넓은 곳에 올려 놓았다. 우리 식구가 된 것이다. 우리들은 벌써 그랬지만, 여즉 자세히 보고 있고, 오래 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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