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이야기
바다의 숲, 숲의 바다
hehesse
2020. 4. 1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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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진해에 착륙한 후 주변을 둘러보다가 만난 대나무숲.
진해까지의 비행에 관한 단상은 아래의 글에 달아 놓았다.
- 비행을 하며 만난 몇 가지의 풍경들 -
바닷바람을 맞은 대나무는 어디가 좀 다르다. 느릿느릿.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람에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오래 전에 받아들인 듯도 하다.
그 흔들거림을 나무는 즐긴다.
그러면서 여러 모양을 흉내낸다.
물살에 흐느적거리는 해초(海草) 흉내도 내고
하늘을 활공하는 새의 날갯짓 흉내도 낸다
뜨거운 술 한모금을 마시고 블루스를 추는 연인을 흉내 내고
자신을 흔들리게 하는 바람, 그 자체를 흉내 낸다
흉내. 라는 단어보다 더 정감어린 단어가 없을까.
모방?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교한 감이 있다.
패러디? 라고 하기에는 숭고하고
오마주? 라고 하기에는 가볍다.
표절? 이라고 하기에는 이들은 죄가 없다.
묘사? 라고 하기에는 이들은 무심(無心)하며
따라하기? 라고 하기에는 이들은 너무 쉽게 한다.
흉내가 낫다, 싶다.
이렇게 여러 존재들을 흉내내며
바다앞의 숲이, 바다를 이룬다.
바다의 숲이며 숲의 바다이다.
발음이 좋아 일어로도 말해본다.
우미노모리, 모리노우미
うみのもり, もりのうみ
바람을 막아줄 무엇 없이, 밤낮으로 앞뒤로 바람을 맞으며
그러면서도 견뎌내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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