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개발서에 대한 단상
김수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읽다. 얼마전 블로그 이웃인 겨울빗소리님의 책소개로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아내가 직장에서 이 책을 빌려온 것. 빨리 읽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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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 대한 글을 쓰다가, 글이 길어져 한 부분을 여기에 담아 놓는다.
나는 자기개발서적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 좋아하지 않느냐에 대해 답을 하기 전에 두 가지에 대해 먼저 설명을 해야할 듯 하다. 그 두가지란 바로 고민과 조언에 대한 내 생각이다.
첫째. 조언이란 낮은 강도의 비방이라는 것. 누군가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한다고 할 때, 그 기본 전제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경청이 아니라 상대가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방향으로 인식을 틀어주거나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각종 데이터와 객관화된 자료를 통해서? 믿을만한 정보를 통해서? 아니다. 심사숙고 끝에 내려진 개인의 주관화된 생각에 의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조언이나 충고 역시 다른 의미의 비방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생각은 점차 만들어진 생각이라기보다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입시생 신분의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번쩍 들게 된 생각이다. 깊이 우정을 나누었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 하루에 한시간씩 고민을 상담해주고 내 딴에는 이런저런 충고와 조언을 해주었던 적이 있다. 물론 당시의 나도 조심스러운 성격이어서 상대방의 기분과 의중을 짚어가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그가 내게 상담을 자처해온 입시와 친구관계에 대해 내가 이야기해준 것. 중 하나도 내 말대로 하지 않고 결국은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친구에게 섭섭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없는 시간을 쪼개어 친구의 얘기를 들어주고 내 생각을 말했던 것 뿐인데 그는 결국 '고쳐지지' 않은 것. 그러나 결국 돌이켜보니 사람이란 결국 변하지 않고, 조언을 받는다고 했지만 사실은 공감을 바라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내 생각을 이야기하며, 한편으로 너 생각은 틀렸다고 비방을 한 셈이 된 것이다. 그 후로 나는 누군가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하지 않는다. 한다손 치더라도 그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 그들의 선택을 할 것이고, 기실 그런 선택을 하는 이들에게 나의 생각은 곧 비방이나 비판에 다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고민이 대한 것. 고민이란 하면 할수록 사람을 집어삼킬만큼 거대해지고 끈적해진다. 그러나 그 고민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고민을 기준으로 미래의 시점), 무엇으로 고민했는지도 흐릿해지고 이내 잊어버리고 만다. 마치 애정을 가득 안고 갖고 놀던 장난감에 싫증을 느껴 내팽겨치는 것처럼, 고민이 더이상은 아무런 재미 없다는 듯이 우리의 손에서 너무 쉬 놓아버리는 것이다. 즉, 고민이란 상황에 대한 순간적 해석에 불과하다는 것.
자기개발서는 이 고민과 조언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고민은 보편적인 것으로 두리뭉실하게 묶고, 조언은 직설적이다. 그러나 이 직설의 방향은 정해져 있는 답이나 진리같은 것이 아니다. 어떤 책에서는 멀리 내다보세요. 어떤 책에서는 멀리 보지 마세요. 라고 한다. 멀리 내다보세요. 지금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와 멀리 보세요. 오늘 하루만 보세요. 그렇게 하루가 쌓여 한 주가 되고 한 달이 되고 일년이 됩니다. 라고 말한다. 당신의 화를 돋우는 사람들을 상대하지 마세요. 그럴수록 당신의 인생에서 그 사람들의 비중을 높일 뿐입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당신이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책이 있는다 하면, 당신에게 화를 돋우는 사람에게는 당당히 얘기하세요. 그것이 당신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당신의 바운더리를 지킬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싫은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자기개발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말은 그럴싸 하지만 그 책에서 말하는, 소위 해결방법이라는 것들은 그 정반대로 해도 그럴싸한, 가짜인 것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의 고민에 대한 공감은 부족하고, 모두의 고민으로 한데 섞어버린 후, 고민이 개인에게 갖는 무게들을 저자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한다. 그리고 그 고민에 맞는 것만 같은 '현실적' 조언들을 해주는 것이다.